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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할 수 있다 확신 줘야 아이 낳고 싶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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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까치
댓글 0건 조회 152회 작성일 24-07-0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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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중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아동권리보장원 원장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민간위원인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의 가슴에는 배지가 거꾸로 달려 있다. 고개를 살짝 돌려 읽어보면 ‘365일 아동의 날’이라고 적혀 있다. 아동이 1년 365일 행복한 사회를 만들자는 의미에서 만든 구호다. 정 원장은 “모든 아동이 매일 행복해지는 사회가 오면 배지를 바로 달 것”이라고 말했다.

정 원장을 만난 것은 정부가 6월 19일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내놓은 직후다. 기존의 저출생 대응 정책을 되짚어보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새로운 정책 추진 방향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이번 대책에 저고위 민간위원인 정 원장도 힘을 보탰다. 정 원장은 “아동이 행복한 사회가 돼야 저출생 추세가 반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을 본다면 아이를 낳고 길러도 되겠다는 확신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종 통계에선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1년 발표한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중 ‘주관적 행복’ 부분에서 한국 아동들의 점수는 79.5점, 22개국 중 22위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부모도 육아에 대한 효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 원장의 설명이다. 정 원장은 “내가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마음, 즉 효능감이 떨어지면 자연히 육아가 두려워진다”며 “저출생의 복합적인 원인 중 하나가 아동의 행복과 육아에 대한 두려움, 의구심 같은 감정이 팽배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저출생 추세를 반등시키려면 부모와 아동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저출생 대책의 방향도 이와 같다. 정부는 저출생 추세 전환을 위해 대국민 홍보를 강화한다는 방침 아래 ‘온 사회가 아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 구축’을 목표로 ‘나도, 아이도 행복한 세상’이라는 슬로건을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어떻게 하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 아동권리 향상의 관점에서 정 원장의 의견을 들어봤다.

저출생의 원인이 아동이 행복하지 않은 현실에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얼마 전 온라인에서 충격적인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내가 아이를 안 좋아해서 안 낳는 것이 아니다. 미래에 태어날 아이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안 낳는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아이를 가장 사랑하는 방법은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가만히 관찰해보니 ‘이미 태어난 아동들은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 그 아이들을 길러내는 부모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나는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 안 낳겠다’는 말이었다. 그 생각을 끊어주는 일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아동도 부모도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저출생 추세를 반등시킬 수 있을까?

근본적인 해결책과 그에 대한 매우 다양한 방법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획기적인 정책은 있을 수 없다. ‘한 방’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저출생 대응 정책이 나오면 ‘한 방’이 없다고 비판한다.

저출생 현상은 하나의 원인으로만 발생한 것이 아니다. 청년에게는 일자리와 주거의 문제, 직장인에게는 일·가정 양립의 문제, 양육자 입장에서는 교육과 돌봄의 문제 등 하나하나가 다 난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해결할 한 방이 있었다면 진즉에 해결되지 않았을까? 그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타깃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효과적인 정책들을 골라내 집중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저출생 대책의 수립 배경이 바로 ‘선택과 집중’ 아닌가?

저고위 민간위원으로서 누구에게 어떤 정책을 집중적으로 펼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이번 대책의 수립 방향에 공감하고 있다. 이후에 펼쳐질 정책에서도 아동의 권리를 신장시키는 정책이 포함되도록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아동들은 왜 불행할까?

많은 요인 중에서 하나만 꼽자면 ‘사교육’이다. 아동 행복지수가 가장 낮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현상이 있다. 부유한 가정의 아동도 불행하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예전에 아동들의 ‘혼밥’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 아동들이 혼밥을 많이 하는 것을 알고 있나? 학원가에 가보면 학원 인근 편의점, 분식점, 패스트푸드점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혼밥을 하고 있다. 그 아동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결국 사교육이 불러온 문제다.

사교육을 조장하는 것은 무엇일까?

경쟁심리다. 경쟁심리는 디지털 사회에서 더욱 강화된다. 디지털 세상이 아동들에게 안전하지 않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심리적으로도 디지털 세상은 아이들에게 경쟁과 비교의식을 강화시킨다. 소셜미디어에만 들어가더라도 행복한 순간을 전시해놓은 타인의 삶을 보며 자신의 삶과 비교하곤 한다. 문제는 빈곤가정의 아이들일수록 디지털 세상에 오래 머무른다는 점이다. 경쟁과 비교, 적대적인 환경에 오래 노출된다는 얘기다.

이런 경쟁적인 환경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친다. 아이의 스트레스, 불행을 지켜보는 어른들이 ‘양육을 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까?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런 아이와 어른들을 보면서 미혼 혹은 비출산을 지향하는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이를 낳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를 환대해주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도 문제인 것 같다.

매우 큰 문제다. 아파트 단지 내 국공립어린이집이 혐오시설로 간주된다고 한다. 주민들이 없애버리라고 얘기한다고 들었다. 노키즈존은 곳곳에 있다. 환대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부모들은 얼마나 눈치가 보일까?

‘한 방’이 아닌 해결방법이 있나?

아동의 권리를 이해하고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동의 행복이 결국 전 사회의 행복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행복한 아동을 만드는 방법은 여럿 있지만 그중 하나로 ‘긍정양육’을 들 수 있다.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전국적으로 진행하는 ‘긍정양육 129 원칙’ 캠페인은 보건복지상담센터 번호 129에서 따온 것이다.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해 부모와 자녀 간에 소통하고 신뢰를 쌓고 서로 행복해지는 긍정적인 양육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캠페인이다.

양육방법이 변하면 아동이 행복해진다고?

육아는 어려운 일이다. 쉽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일은 아니다. 가끔은 힘들지만 행복하고 보람찬 것이다. 그런 인식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야 한다. ‘금쪽이’가 될까봐 주변의 눈치를 보는 두렵고 피곤한 육아가 아니라 육아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관이 필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고 서로 소통하면서 함께 성장한다면 부모로서도 육아에 대한 효능감이 높아지고 자녀는 자연스럽게 행복해질 것이다.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한다는 말은 익숙하지만 어렵게 들린다.

우리는 아동을 무조건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만 본다. 그러나 아동은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일까? 아동도 어른과 같이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스스로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며 주도적으로 행복해지려고 한다. 아동을 ‘작은 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저 나이가 어릴 뿐 아동도 어른과 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말인가?

거기에 책임도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진행하는 주요 활동 중 하나가 아동의 ‘참여권’을 높이는 것이다. 아동위원회를 운영하고 대한민국 아동총회를 지원하는데 여기에서 아동들은 회의를 하고 포럼을 열면서 아동정책에 대한 의견을 낸다.

우리는 아동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우리 아동들은 대부분 어른들이 정한대로 움직인다. 아동의 생활시간을 보면 학원 등 기관에 머무는 시간이 대다수다. 모두가 같은 목표를 향해 쉼 없이 경쟁한다. 그렇게 자라면 행복해질까? 건강할까? 아동정책 전문가로서 아동을 키우는 궁극적인 목적은 ‘건강한 자립’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강하게 자립해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아동이 많아질수록 사회가 건강해진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서 아동권리보장원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아동권리보장원의 목적은 ‘모든 아동이 행복한 사회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아이를 건강하게 낳을 수 있게 하고 낳은 아이는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저출생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아동권리보장원에서 하는 일은 광범위하다. 아동정책이 수립되고 시행될 수 있도록 돕고 아동권리를 증진시키기 위한 노력을 한다. 지역아동센터를 비롯해 다함께돌봄센터, ‘드림스타트’라 불리는 취약계층 아동 지원 사업도 지원하고 아동학대, 실종아동 문제도 담당한다. 2025년 7월부터 시행되는 입양 관련 법률을 지원하고 자립준비청년을 돕는 일도 한다.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7월부터 시행되는 보호출산제다.

보호출산제가 시행되기까지 많은 논란이 있었다.

보호출산제란 경제적·신체적·심리적 이유 등으로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위기임산부가 불가피한 경우 가명으로 의료기관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오랫동안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제정되지 못하다가 2023년 미등록 영유아 전수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시행됐다. 당시 미등록 영유아가 2000여 명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는데 사망률이 10% 가까이 됐다. 부모에게만 출생의 의무를 맡겨놓는 상황에서는 아동이 안전하게 자라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원에서 출산하면 병원이 출생신고를 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가 시행됐다.

출생통보제가 시행되면 병원에서 출산하지 않으려는 사람도 나타날 것이다. 문제는 병원 밖 출산이 아이와 임산부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보호출산제가 도입됐다. 원한다면 가명으로 출산할 수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 출산하라고 이끄는 것이다.

보호출산제가 아동 유기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다.

놓치기 쉬운 사실인데 보호출산제의 궁극적인 목적은 유기를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동이 원가정에서 양육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동권리보장원이 보호출산제에서 하는 역할 중 하나가 중앙상담지원기관으로서 보호출산을 희망하는 위기임산부와 상담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가명출산을 최종적으로 권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가명출산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라포(상호신뢰관계)를 쌓고 직접 양육할 수 있도록 계속 설득한다. 많은 위기임산부들은 혼자서 아이를 키울 때 받을 수 있는 지원책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한부모가정 지원 정책과 취약계층 지원 정책 등을 소개하고 연결하는 것 또한 보장원의 역할이다.

앞으로의 활동 방향에 대해 설명해달라.

모든 정책이 그렇지만 정책을 시행하다보면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그런 점을 개선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고 필요한 과정이다. 보호출산제뿐 아니라 앞으로 시행될 입양 관련 법률도, 이미 시행 중인 다양한 사업도 ‘근거에 기반해’ 보완하고 개선해나갈 것이다.

김효정 기자

*아동권리보장원

아동권리보장원은 임신·출산부터 자립까지 아동의 성장과 발달을 위한 아동정책과 아동복지 관련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중앙입양원, 실종아동전문기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등 8개 기관을 통합해 출범했다.

*긍정양육 129 원칙

아동을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며 부모와 자녀 간 상호 소통과 이해, 신뢰를 바탕으로 한 양육 방법이다. 아동을 존중하는 긍정양육 문화 확산을 위해 보건복지부, 아동권리보장원 등이 함께 ‘긍정양육 129 원칙’을 마련했다. 자녀를 잘 관찰하고 부모로서 나 자신을 돌아보며 관점을 바꾸고 같이 성장하는 등 9가지 실천 방법이 포함됐다. 아동권리보장원 누리집(www.ncrc.or.kr)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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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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