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파리는 K-미술 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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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기간 디코딩 코리아·한불 특별교류전 등 전시
2024 제34회 파리하계올림픽대회(이하 파리올림픽)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스포츠 축제인 동시에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올림픽 기간에 K-미술 전시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먼저 파리 그랑팔레 이메르시프(Grand Palais Immersif)에선 한국미술 전시인 ‘디코딩 코리아’가 진행된다. 전시 타이틀 ‘디코딩 코리아’는 미술을 통해 한국의 특성을 미디어아트로 해독한다는 의미다.
파리올림픽 개회식 날인 7월 26일 시작해 8월 25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 마련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산업화로 인해 급진적인 변화를 겪었던 한국 사회의 복잡성과 다면성에 주목했다. 현재 한국의 미디어아트는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탁월한 기술과 이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가 펼쳐지고 있다. 미국·유럽 등에서도 한국 작가들을 조명하는 전시가 활발히 열리는 등 한국미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미디어아트 작가 11인 작품과 백남준 특별전
‘디코딩 코리아’에서는 미디어아트의 선구자로 불리는 백남준을 포함해 강이연, 권하윤, 김희천, 람한, 룸톤, 박준범, 염지혜, 이용백, 이이남, 정연두 등 우리나라 미디어아트 작가 11인의 작품 18점을 만나볼 수 있다. 최첨단 기술을 통해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면서 동시대 한국 작가들의 철학적인 고민을 전달해 올림픽 기간 파리를 찾은 세계인에게 한국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작품은 전시의 기획 의도를 잘 보여준다. 강이연 작가의 프로젝션 매핑 작품 ‘유한(Finite)’은 지구상 모든 요소의 생태적 상호연결을 강조한다. 비무장지대의 생태적 가치를 재발견하는 권하윤 작가의 VR 작품 ‘489년’,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을 장식한 이용백 작가의 ‘엔젤 솔저’, 이상의 시 ‘오감도’에서 영감을 받아 까마귀의 시선으로 울산을 바라본 정연두 작가의 ‘오감도’ 등 한국 현대사회를 사회적·역사적·문화적 맥락에서 탐구한 작품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백남준 특별전도 의미가 남다르다.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추상과 구상을 혼합해 지구촌 문화융합을 실험하는 ‘글로벌 그루브(Global Groove)’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전 세계 11개국이 참여한 국제 위성 방송 프로젝트인 ‘세계와 손잡고(Wrap Around the World)’가 준비됐다. 작가가 강조했던 국제 연대정신을 세계 최고의 스포츠 축제이자 문화 축제가 열리는 파리에서 다시 한 번 느껴볼 수 있는 기회다.
이번 전시는 파리올림픽을 계기로 지난 5월 2일부터 6개월 동안 파리를 포함한 프랑스 전역에서 전 세계인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2024 코리아 시즌’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2024 코리아 시즌에서는 ‘디코딩 코리아’ 외에도 ‘멀고도 가까운 이야기_한국도예(7월 25일~8월 11일)’가 파리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다. 또 국립발레단의 ‘대한민국 국립발레단 스페셜 갈라(7월 28~29일, 파리 코리아하우스)’, 국립현대무용단의 ‘정글(7월 23~24일, 파리 13구 극장)’, 하트하트재단의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파리 살가보 극장, 9월 7~8일)’ 등 민간과 국공립 예술단체들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패럴림픽 기념 특별교류전 ‘블랑’
8월 13~19일 파리 사빈 바야슬리 갤러리에서는 2024 제17회 파리하계패럴림픽 개최를 기념해 한불 특별교류전 ‘블랑(BLANC)’이 열린다. 발달장애인 미술작가의 모임 사단법인 ‘도와지’ 소속 작가 11명의 작품과 프랑스 현지 작가 4명의 작품을 함께 선보이는 자리다.
백색을 뜻하는 전시제목 ‘블랑’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한국과 프랑스 국기에 백색의 공통점이 있기도 하고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채우듯 세상을 채워가는 의미도 담겼다.
전시에서는 작품과 함께 한국AI작가협회에서 제작한 장애인 스포츠 선수와 장애인 예술인이 참여하는 영상 콘텐츠도 동시에 공개된다. 그룹 빅오션이 전시 테마송인 ‘슬로우(SLOW)’ 홍보 영상에 참여한 점도 눈길을 끈다. 빅오션은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데뷔한 3인조 K-팝 아이돌 그룹으로 멤버 전원이 청각장애인이다.
‘블랑’ 전시는 각계각층의 순수 기부로 추진되는 국가 간 예술교류로 장애인 아티스트를 지원하고 미술과 K-팝 등 다양한 분야가 협업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피노 컬렉션’에서 ‘보따리 작가’ 김수자 전시
파리 중심가 1구에 위치한 부르스 드 코메르스-피노 컬렉션(이하 피노 컬렉션)에서는 ‘보따리 작가’로 유명한 김수자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현재 피노 컬렉션은 전시장의 메인이자 상징적 공간인 로툰다 전시관을 비롯해 이곳을 둘러싼 24개의 쇼케이스, 지하공간까지 김 작가의 작품으로 채워놨다. 피노 컬렉션이 메인 전시 공간인 로툰다를 한국 작가에게 할애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전시는 9월 2일까지 열린다.
로툰다 전시관 전체에 400여 개의 거울을 설치해 아래와 위가 하나로 이어지는 공간으로 만든 ‘호흡-별자리’는 동서양과 나이를 불문하고 많은 관람객의 찬사를 끌어내는 작품이다. 천장이 바닥이 되고 바닥이 천장이 돼 마치 거대한 달항아리를 연상시킨다.
공간을 둘러싼 쇼케이스에서는 지난 40여 년간 축적된 김 작가의 작품세계를 찬찬히 만나볼 수 있다. 모래알, 곡물, 양삼씨, 도자기나 찰흙으로 만든 구, 보따리, 점토색과 미색의 달항아리 등 단순한 오브제에 형태와 생명을 부여한 김 작가의 작품이 각각 하나의 우주가 돼 존재한다. 또 미술관 지하 오디토리움에서는 김 작가의 16㎜ 필름 시리즈 ‘실의 궤적’ 여섯 편 전편을 감상할 수 있다. 김 작가가 세계 여러 대륙을 이동하며 천을 둘러싼 문화 모자이크를 짜내고 이를 영상에 담았는데 여섯 편 모두를 만나볼 수 있는 최초의 자리다.
피노 컬렉션은 근현대 미술품 1만여 점을 소장한 유명 컬렉터인 프랑수아 피노의 컬렉션(소장품)을 선보이는 미술관이다. 2021년 5월 개관 이래 유명 미술관이 즐비한 파리에서도 현대미술을 보기 위해서라면 꼭 찾아야 할 곳으로 떠올랐다. 1763년 곡물저장소로 지어져 1889년 상품거래소로, 미술관 개관 전까지는 상공회의소와 증권거래소 건물로 사용되던 공간을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미술관으로 바꿨다.
임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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