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보장 명문화’ 통해 국민연금 수급의 불확실성 해소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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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 전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공론화위원장의 저서 ‘낙타와 국민연금’은 역설을 통해 국민연금의 진실을 풀어가는 책이다. 지난 9월 10일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연금개혁 브리핑을 하면서 소개했던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낙타라는 제목을 지은 게 독자들로 하여금 낙타와 국민연금을 연상하도록 권장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독자의 눈에 따라 낙타가 다른 동물로 보일 수 있다며, 국민연금을 인식하는 국민들의 태도 또한 천차만별일 거라고 했다.
낙타와 국민연금을 떠올리니 퍼뜩 든 연상은, 낙타가 바늘 귀로 들어가는 것만큼 연금개혁이 쉽지 만은 않겠단 것이었다.
책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재정불안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제도 자체를 없애 버리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국민연금 없이 노후생활을 할 수 있는 현대인은 전체 국민의 3분의1도 안된다.
국민연금의 장기적 재정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제1의 원인은 ‘저부담 고급여’, 즉 내기는 적게 내고 받기는 많이 받는 연금재정의 설계상 문제지만 그럼에도 다수의 사람들은 기금 운용만 잘하면 적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국민연금을 원하긴 하지만 보험료 인상이나 재분배 강화와 같은 고통 분담은 거부한다.
이런 여러 역설적 상황에도 지금이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이라는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공통적인 견해다.
이에 정부가 지난 9월 4일 그 어려운 ‘연금개혁 추진계획’ 안을 내놨다.
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제도로 개편하고자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4%p 인상하고, 연금제도의 소득보장 수준을 보여주는 명목소득대체율은 40%에서 42%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다.
기금수익률도 기존보다 1%p 이상 높은 5.5% 이상으로 높이고, 보험료율 13% 인상시, 2025년에 50대인 가입자는 매년 1%p, 40대 0.5%p, 30대 0.33%p, 20대는 0.25%p씩 인상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아울러 OECD 38개국 중 24개국이 운영 중인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 상황 등과 연동해 연금액 등을 조정하는 장치인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검토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번 연금개혁안을 마련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정책과 박창규 과장에게 연금개혁이 왜 필요한지,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이번 연금개혁안을 마련했는지 등에 대해 서면으로 물어봤다.
◆ 이번 연금개혁안을 마련하면서 정말 많은 고민들이 있었을 것 같다. 이번 연금개혁안에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저출생 및 인구 고령화로 재정 불안정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연금 제도는 개혁 없이 현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41년 수지 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하며, 2056년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그간 개혁에 따라 ‘적게 부담하고, 많이 받는’ 세대와 ‘많이 부담하고, 적게 받는’ 세대간 형평성 문제가 심화되었으며, 노후소득보장이 불충분한 상황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지속가능성 제고, 세대간 형평성, 노후소득보장 강화라는 세 가지 방향성을 담아 연금개혁안을 마련했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뿐만 아니라 기금수익률 제고, 자동조정장치 도입 방안 등을 제시했고,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속도 차등을 통해 개혁에 따른 부담을 세대 간 분담하는 한편, 국가의 연금 지급 근거를 명확히 하여 연금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자 한다.
노후소득보장 강화 측면에서는 실질소득 보장에 중점을 두고, 출산, 군 복무로 소득의 단절이 있거나, 소득이 낮아 보험료를 내기 어려운 분들에 대한 보험료 지원을 통해 연금 가입기간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포함했다. 또한 기초연금액을 인상하며, 퇴직·개인연금의 역할 강화를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 1988년에 국민연금 제도가 시작됐다. 다른 나라 연금 제도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국민연금 제도는 어떤지 궁금하다.
내는 돈인 보험료율과,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을 비교하면, 현재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9%, 소득대체율은 평균소득자가 40년 가입시 2024년 현재 42%이고, 매년 0.5%p씩 하락하여 2028년 40%가 될 예정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제도는 1988년 도입되어 올해 36년이 됐다. 다른 나라의 연금 제도와 비교했을 때 역사가 짧으나, 인구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개혁이 시급한 상황이다.
2021년 기준 OECD 국가의 의무가입 연금 평균 보험료율은 18.2%, 소득대체율은 50.7%이며 많은 국가들이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여 연금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1888년 연금 제도를 도입한 후,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개혁을 추진하였으며 일본은 1944년에 우리나라 국민연금과 유사한 후생연금, 1961년 기초연금을 도입하여 한국보다 약 45년 일찍 공적연금 제도를 시행, 고령화에 대응하면서 꾸준히 연금개혁을 실시하는 등 많은 국가에서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 이번 연금개혁으로 국민연금의 노후생활 보장 효과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 것 같다. 일반 노후 관련 금융상품과 비교해보면 우려가 줄어들 것 같다.
국민연금에 가입하게 되면 먼저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납부한 보험료 이상을 연금액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다. 특히 저소득층은 국민연금 제도의 소득재분배 요소 덕분에 상대적으로 연금액이 더 많다.
국가의 관리를 통한 기금의 안정적 운용 성과 달성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며, 보험료 지원 제도나 크레딧 등을 통해 정책 지원이 이루어진다는 점도 다른 금융상품과 차별화되는 장점이다.
보험료 납부가 어려운 저임금 근로자나 지역가입자, 농어업인을 대상으로 보험료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군복무, 출산, 실업으로 인하여 국민연금 가입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 가입기간을 인정해주는 크레딧 제도도 운영 중이다.
◆ 청년층에서 국민연금 기금 고갈 문제뿐만 아니라, 열심히 국민연금을 붓고 못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큰 것 같다. 보험료 인상 차등을 두는 등 청년층의 부담도 많이 덜려 한 것 같은데, 청년층이 국민연금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에 대해 듣고 싶다.
청년들이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뿐만 아니라 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많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번 연금개혁안에도 청년층의 이러한 걱정을 덜기 위해 지급보장 명문화 방안을 담았다.
현행법에도 국민연금 지급을 위해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도록 국가의 책무가 규정되어 있기는 하나, 더 구체적으로 국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하겠다는 약속과 의지를 법에 명문화하여 담겠다는 것이다.
지급보장 명문화를 통해 미래 급여 수급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미래세대의 신뢰를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기본적으로 기금 소진에 대한 우려를 덜기 위해서는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이번 개혁안에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뿐만 아니라 기금수익률 제고, 자동조정장치 도입 방안 등을 제시했다.
◆ 자동조정장치 도입으로 연금액이 많이 깎일 수 있다는 비판도 있는데, 자동조정장치 도입이 왜 필요한지, 기대여명 또는 가입자 수 증감 등의 인자가 어떻게 작용되는지 알기 쉽게 설명 부탁드린다.
현재 국민연금은 매년 소비자물가변동률에 따라 기존 수급자의 연금액을 조정하고 있으나 자동조정장치 도입시 가입자 수와 기대여명 변화를 반영하여 연금 인상액을 조정하게 된다.
우리나라와 같이 인구구조가 급격히 변화하는 나라에서는 기대여명의 증가, 가입자 수 변동에 따라 수시로 급여액이나 보험료율을 변경할 경우 매번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해외국가들처럼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자동적으로 모수(급여액, 보험료, 수급개시연령) 변동이 이루어지도록 제도화하면 사회적 비용을 줄이면서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제안한 자동조정장치 도입 방안은 물가상승률에서 최근 3년 평균 가입자 수 증감률과 기대여명 증감률을 감안하여, 연금 인상액을 조정하는 것이며, 적어도 본인이 낸 보험료보다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인상률의 하한선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수급자가 받는 연금액은 자동조정장치의 발동 시기, 요건, 인상률 하한선 설정 여부 등에 따라 다양한 차이가 있어,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속도를 차등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세대 갈라치기라는 비판이 있다. 이 방안은 어떤 취지로 제안한 것인지?
보험료율 인상 속도에 차이를 두는 방안은 세대 갈라치기가 아니라, 세대간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한 취지에서 제안한 것이다.
청년세대는 상대적으로 높은 보험료를 장기간 부담해야 하는 반면, 연금급여의 소득대체율은 낮다. 예를 들어 보험료율을 13%, 소득대체율을 42%로 조정하면서 인상 속도를 모든 세대에 동일하게 적용할 경우 올해 가입하는 18세 청년 가입자는 59세인 가입자보다 평균 보험료율은 1.64배 높지만 평균 소득대체율은 4분의 3에도 못 미치게 된다.
인상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중·장년층의 경우 보험료 인상이 부담된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므로, 이를 감안하여 저소득 지역가입자에게는 보험료 지원을 확대하여 부담을 덜어드릴 예정이다.
◆ 연금개혁,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연금개혁,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듣고 싶다.
최근 기대수명의 증가 및 저출산으로 인구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해 국민연금의 수지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어, 연금개혁이 시급한 상황이다.
연금개혁이 지체될 때마다 매일 885억 원, 매월 2.7조 원, 매년 31.8조 원의 국민 부담이 가중된다. 연금개혁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다.
정부는 이러한 연금개혁의 시급성을 인지하고 지난 9월 4일 연금개혁안을 발표하였으며, 국회 논의가 이루어지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는 연금개혁 완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국민들께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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