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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에 가장 더운데 전력수요 5시 최고…2시간 동안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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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화동33
댓글 0건 조회 260회 작성일 23-08-1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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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전력거래소는 지난 7일 “오후 4∼5시에 전력 수요가 역대 여름철 최대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은 대개 오후 2~3시께다. 한참 더워 냉방 수요가 급증하는 이 시간에 최고치를 찍는 게 상식적일 것 같은데, 유독 지난 7일 오후 4~5시께에 전력을 많이 사용해야 할 특별한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정답부터 얘기하면, 특별한 일은 없었다. 그저 ‘통계’의 착시일 뿐이다. 전력수급 통계에 잡히지 않는 태양광 설비가 한낮에 급증한 전력 수요를 충당하면서, 전력 수요 최고점 시간을 뒤로 밀어낸 것뿐이다.

자, 실제 기록을 살펴보자. 8일 전력거래소의 실시간 태양광 통계를 보면, 전날 오후 2∼3시 실제 총수요(전력시장 내+전력시장 외, 추계)는 10만571㎿로 나타났다. 전력거래소가 전날 발표한 오후 4∼5시 최대 전력 수요(전력시장 내)인 9만3615㎿보다 같은 날 오후 2∼3시에 6956㎿ 더 많은 전력 수요가 있었다고 추정된 것이다. 실제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한 시간은 오후 4∼5시가 아니라 오후 2∼3시라는 의미다.

전력시장 내 최대 전력 수요와 실제 총수요(추계)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전력시장 외 태양광 설비’는 전력거래소의 수급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말이 좀 어려운데, 간단히 얘기하면 태양광 발전을 통해 생산되는 전력은 ①전력거래소를 통해 판매되거나 ②전력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곧바로 수요자에게 공급되는데, ②의 경우 수급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5년 전체 태양광 설비는 3.61기가와트(GW) 수준에 불과했는데, 전력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수요자에게 직접 거래되는 태양광 설비 등이 크게 늘어나면서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 시간 산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참고로, 올해 3월 기준 전체 태양광 설비는 26.4GW다. 이 가운데 전력거래소가 중개하는 전력시장을 통해 전기를 판매하는 설비용량은 7.4GW이며, 한국전력이 바로 전력구매계약(PPA)을 맺은 설비용량(14.5GW)과 주택 지붕이나 아파트 베란다 등에 설치된 자가용(직접 사용) 설비용량은 4.5GW(추정) 수준이다. 다시 말해, 전력시장 안에서 수요로 잡히는 것은 7.4GW이고, 나머지 71.6%(19GW)는 수급통계에 잡히지 않는 것이다. 아래 그래프가 보여주듯, 19GW에 해당하는 ‘전력시장 외 태양광 설비’가 원전, 석탄발전, 액화천연가스 등으로 채워야 할 전력 수요를 충당해주면서 전력거래소 수급현황 그래프에는 전력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표시되는 것이다.

파란색 선은 전력시장 내와 전력시장 외 수요 합인 실제 총수요(추계), 빨간색 선은 전력시장 내 수요를 가리킨다. 전력시장 외 태양광 설비가 원전, 석탄발전 등으로 채워야 할 전력 수요를 충당해주면서(파란색 선) 전력거래소 수급현황 그래프에(빨간색 선)는 전력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표시되고 있다. 전력거래소 누리집 갈무리
파란색 선은 전력시장 내와 전력시장 외 수요 합인 실제 총수요(추계), 빨간색 선은 전력시장 내 수요를 가리킨다. 전력시장 외 태양광 설비가 원전, 석탄발전 등으로 채워야 할 전력 수요를 충당해주면서(파란색 선) 전력거래소 수급현황 그래프에(빨간색 선)는 전력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표시되고 있다. 전력거래소 누리집 갈무리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 전날 오후 2∼3시 실제 총수요는 10만571㎿인데, 태양광 출력(1만4201㎿)이 이 가운데 14.1%를 책임졌다. 전체 태양광 출력 가운데, 전력시장 거래로 충당한 것은 3968㎿ 뿐이다. 한전 전력구매계약(7778㎿) 및 자가용(2469㎿)으로 생산된 태양광 발전량이 72.2%에 달한다.

전력거래소가 발표하는 오후 2∼3시 전력시장 내 수요는 ‘실제 총수요 10만571㎿에서 전력시장 외 태양광 발전량의 합 1만247㎿을 뺀 9만324㎿’로 잡히는 것이다. 이는 전날 오후 4∼5시 전력시장 내 최대수요인 9만3615 ㎿보다 3291㎿ 더 적다. 오후 4∼5시 전력시장 외 태양광 발전량의 합이 5566㎿로 오후 2∼3시에 견줘 절반가량 적기 때문이다. 실제 총수요는 오후 2∼3시가 더 많지만, 전력시장 내 최대 수요가 오후 4∼5시로 잡힌 이유다.

그렇다면 전력거래소는 왜 ‘실제’ 최대 전력사용 시간을 기준으로 발표하지 않는 것일까.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한겨레에 “전력시장 내 수요는 실제 계량된 값이고, ‘비계량 태양광’(설비가 있는 전력시장 외 수요)은 추정값이기 때문에 계량한 값과 추정한 값을 더하기는 부담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날 오후 3시에 최대 전력 수요가 발생한 것은 많지만, 정확하지 않은 수치를 발표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태양광 설비가 늘어날수록 여름철 최대전력 사용 시간은 더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주말을 제외한 최근 최대 전력 기준일시를 보면, 지난 7월 24~26일 오후 5시, 27일 오후 6시, 28일 오후 5시, 31일 오후 7시, 8월 1일 오후 8시, 8월 2~4일 오후 7시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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